[유우오노] 유우토ts오노다ts 리퀘글
[유우오노] 무제
*ts주의
*날조주의
그날 소녀는 그저 세상에서 가장 꼴보기싫은 인물 0순위인 오빠의 부탁으로 오빠친구의 대학교까지 갔던 것 뿐이었다. 멀찍이서 제 오빠와 오빠친구를 발견한 순간, 두 사람과 마주하고있던 작은 여자아이를 본 것은, 그 울것 같던 얼굴이 먼 거리임에도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던 것은 우연임에 분명했다. 아니, 우연일거라 멋대로 치부했었다. 하지만 여자아이가 제 오빠와 오빠친구에게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서 뛰어가는 모습에서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의 표정을 봐버리고는 오빠에게 수고비조차 받을 생각을 안 하고 부탁받은 레포트를 던지다시피 한채 그녀를 쫓아와버린 지금으로선 그 모든것이 우연이라기보단 필연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조금 고치게 되었다.
"…오노다,상…?"
"흑끕?!"
캠퍼스의 어느 구석진 곳에서 제 입을 틀어막고 훌쩍이던 여자아이의 입에서 우스꽝스러운 딸꾹질 소리가 터져나왔다. 소녀가 보기에 여자아이의 둥근 안경너머 물기에 젖은 커다란 눈동자와 붉어진 코끝이 묘하게 예쁘기 그지없어 그 눈가와 코 끝에 입을 맞춰주고싶다 생각했다. 소녀가 제 얼굴을 가리고있던 가면을 끌어올려 머리에 걸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혔음에도 놀란눈을 한 채로 눈물을 멈출 줄 몰라하는 여자아이에게 소녀는 조심스레 다가가 양 손을 맞잡아 주고 시선을 마주하며 달래듯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인지 얘기해 줄 수 있으신가요? 같은 소녀끼리니까 조금 고민상담, 해드릴테니까요."
"히끅...흡...있,있잖...흐끅,아..."
어쩐지 좀 더 짙어진 울음기 사이사이로 더듬거리며 들려온 가는 목소리가 어쩐지 많이 아파하는 목소리같다고 생각했다. 소녀의 생각처럼 여자아이는, 오노다는 많이 아파하고 있었다. 오노다는 소녀의 오빠를 좋아하고 있었고 워낙 소심한 성격탓에 1년 가까히 혼자서만 끙끙 앓고 있었다고 했다. 소녀의 오빠는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자상한 성격이라 본인은 관심없어 모르지만 생각외로 꽤나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허나 누구에게나 가감없이 친절하고 자상한 오빠의 성격은 되려 독이될 수 있다고 소녀는 종종 생각했었고 그것이 지금같은 경우였다. 헛된 희망을 심어주고 괜한 설렘을 키우게 해서 여자들 여럿 울리게 하는.
그나마도 여태까지는 그가 솔로라고 생각해서 외사랑앓이만으로 만족하던 오노다였지만 오늘에서야 알게 된 것이었다. 고교졸업 직후부터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음을. 그것도 오노다가 무척 잘 따르고 존경해 마지않던 아라키타언니가 그 상대였음을. 제 선배인 킨조에게 전해받을 것-테시마에게 전해줄것-을 받으러 요난대에 온 겸사 아라키타언니를 보고가려 했을 뿐이었는데, 그 자리에 소녀의 오빠 신카이 하야토가 있었고 사귀고 있음을 알게 되버린 오노다는 고백의 용기를 낼 기회조차 없이 실연을 당해버려-심지어 상대가 아라키타언니라니,-애초부터 그럴 성격도 못 됐지만- 마음껏 미워할 수조차 없었다- 차마 울음을 참지 못하고 이렇게 도망쳐 나온 것이었다. 그녀가 무척 순수한 성격이라는건 알고있었지만, 어쩌면 이렇게도 소녀스러운 짝사랑스토리를 품고 있을 수 있는것인지 소녀는, 유우토는 뜬금없게도 오노다 사카미치가 너무나 사랑스럽다고 생각해버렸다. 비록 그 상대가 끔찍하게 싫은 제 오빠라는 점이 불편하고도 짜증나기 그지없지만서도-
"우는얼굴은 예쁘지 않지만...지금은 조금 실컷 울어두는게 좋을 것 같네요."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제 머리위에 걸쳐져있던 가면을 오노다에게 씌워주며 속삭였다. 이러고있으면, 눈치보이지않고 실컷 울 수 있을거예요. 그녀의 오빠와 꼭 닮은 유우토의 얼굴탓에 오노다의 눈동자에선 눈물이 더 차오르다 못해 잔뜩 쏟아져내려 눈가가 발갛게 짓무르고 부어오를 것 만 같았다. 닮은 얼굴이 속삭여주는 자상한 목소리가 기폭제라도 된 냥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음을 터트린 오노다의 여린 어깨를 끌어안아주며, 움찔움찔 떠는 등을 다독여주며 유우토는 여전히 불편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불편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단 한가지, 이 순간이 저에게 더 없을 기회라는것 만은 확실했다. 확신했고, 그래서 울고있는 그녀 몰래-분명하게도 오늘의 모든일들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필연보다도 더 강한 운명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어버리고 말았음을 깨닫기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