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오노<-카부/All ts] 백합조각
*올캐러 ts주의
*날조주의
존경했었다. 저보다 조금 더 작은키에 마른 팔다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인터하이의 우승을 따낸 사람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았었다. 직접 제 눈으로 그녀의 놀라운 주행을 봤음에도 그것이 너무 굉장한 주행이어서 제가 본게 진짜인가 의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저는 단 한번도 그녀를 -클라임에서-이길 수 없었고 매번 그 실력에 감탄하곤 했다. 그보다 더 훌륭했던건 그녀의 성품으로, 다소 소심하고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로드를 탈때만은 누구보다 열정적이게 빛났고 가장 예쁜웃음을 지어보였으며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친절하며 순수한 그 면면들에 그녀를 존경하게 되었었다. 그랬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 존경의 감정이, 아이돌을 동경하듯 바라보고 따르던 마음이 제 머리색처럼 불타오르는 감정으로 변질되버린 것은.
문득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그녀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어 주체할 수 없는 심장박동에 호흡이 힘들어질 정도가 되어있었다. 그녀가 저를 불러주고, 제 근처에 있을때마다 머리색마냥 붉어지려는 얼굴빛을 다잡으려 애먹기 일수였고 그 당차고 저돌적인 성격은 어딜가고 자꾸 수줍은 소녀마냥 변하려는 제 모습에 제동을 걸기에 바빴으며 그럼에도 그녀에게 열심히 호감의 표시를 하는것을 쉬지 않으려했다. 하지만, 일찍이 알아차려야 했었다. 제 마음이 변질된 순간 재빨리 눈치채야 했었다.
'네가 낄 자리 따위는 없어, 길길이.'
차갑게 내려앉은 시선이 저를 향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늘씬한키에 어디 하나 부족한 곳 없이 균형잡힌 몸매, 누가봐도 감탄할만한 미인형에 로드부 에이스인 실력자. 확실히 그 실력을 인정하고 존경하고는 있지만 저와는 물과 기름처럼 맞지않는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가지고있었다.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엔 어떤의미로는 동족혐오에 좀 더 가까운것이 아니었나 싶다. 같은 성별을 좋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이에대한 동족혐오.
언제나 그녀는 자신보다 한뼘이상 작은 동급생의 곁을 지키고있었다. 얼핏보기에는 다른 동급생 나루코까지 셋이서 사이좋게 다니는것으로만 보이겠지만, 조금 더 자세히 지켜보면 이마이즈미와 오노다 두 사람끼리만이 좀 더, 반드시라 할 정도로 붙어있거나 어울리는걸 어렵지않게 알 수 있었다. 처음엔 단순히 오노다의 취미를 함께해주는 사이라서 그런 줄 알았고, 다른이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터였다. 저 역시도 그런줄로만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진실로는.
"사카미치."
"엣, 응? 왜? 이마이ㅈ,"
"이름."
"아, 아 참! 익숙,해지지 않아서…헤헤. 응, 왜 슌쨩?"
노을이 짙게 내려앉은 저녁무렵, 연습을 끝내고 로드를 끌고가던 뒷문 언덕에서 보았다. 친근하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전에없던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두 사람을. 작은 소녀를 한없이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늘씬한 미인과 그런 그녀에게 수줍은 미소를 베어물고 마주선 작은 소녀를.
"그냥. …이리와봐."
"으응? 뭔데 그래-"
큰 눈망울을 깜빡거리며 쪼르르 다가온 오노다상의 키에 맞춰 이마이즈미가 허리를 숙이나 싶더니 곧 이어진 짧게 도장을 찍듯 맞닿았다 떨어지는 입맞춤과 함께 순간 숨이 멎을 뻔 했다. 정확히는 입맞춤을 시행한 직후 저와 마주친 새까만 눈동자에 짧은순간 심장이 멈췄었다. ㄷ,도햐앗?! 특유의 독특한 비명과 함께 귀끝까지 빨갛게 물들인 오노다상의 뒷모습에 사랑스럽단 기분과 함께 큰 좌절감이 밀려들었다. 정확하게 나를 보았던 검은 시선은 다시 사랑스럽단 빛을 눈동자 가득 담으며 동동거리는 오노다상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구나, 사키미치. 화를 내는 듯, 부끄러워하는 듯 어떠한 표현을 해대는 그녀를 솜씨좋게 달래어 다시금 서로의 로드를 끌고 가는 그 뒷모습을 나는 망연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검은 눈동자는, 또 다시 한번 나에게 선언하고있었다.
'네가 낄 자리 따위는 없어. 카부라기 잇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