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commue).'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7.05.02 [앨리스.V.아스트라] 호그와트의 작은전쟁, 그 후.
  2. 2016.06.22 [Feather Dielo] forㅡ.
  3. 2016.02.29 ㄴㄴㄴㅇㅇㄴ
  4. 2015.11.01

 




forest tumblr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마법과 마법이 맞부딪혀 일어난 폭발과도 같은 빛, 빛 너머에서 흔들리던 검은 머리카락의 슬리데린 7학년, 그리고 어둠이 내려 앉아있는 호그와트의 복도 천장. 입학한지 아직 일 년을 채 채우지 못한 신입생 앨리스 베로니카 아스트라는, 주문의 빛이 사그라듦과 동시에 시야가 점멸했었다. 분명 그랬었고, 그대로 고스란히 차가운 바닥에서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은 채 누워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잠들 듯 사그라들었던 심연 속에서 끌어올려 진 건, 저를 감싼 온기와 미미한 흔들림 때문이었다.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하자 전신의 통증도 다시 생생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생채기가 난 쓰라림, 디핀도따위의 주문에 베인 화끈거림, 핏자국, 멍 자국. 헐렁한 교복 사이사이로 드러난 어린아이의 여린 피부가 보기 안타까울 만치 엉망이었고, 엉망인 만큼 아팠다. 하지만 아픈 것보다도 저는, 무거운 눈꺼풀 새로 비친 유리 색에 시선이 팔려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곳에 있을 리 없는데. 하지만, 저토록 말갛고 아름답게 빛나는 유리 색 눈동자는 오직 그 하나뿐인걸.

 정신이 몽롱해 목소리를 조금도 낼 수 없어 입술만 달싹이다 말았지만, 점차 맑아지는 시야에 들어오는 고운 밀색의 블론드 머리카락은, 언제 어디서고 기품을 잃지 않는 수려한 이목구비는, 저를 안아 올리고 있는 이 단단한 팔은 분명 칼립 비셥, 그가 아닐 수 없었다. 


*


 미미한 흔들림과 전신의 통증이 버거워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는, 난생 처음 보는 맑은 기운이 맴도는 숲속이었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아직 래번클로 휴게실의 천장의 색을 띠고 있었고, 이따금 요정일까 싶은 빛무리가 보이는 것이 이질적이었다. 딱 한 번 작은 사고로 래빗을 찾아 얕은 부분까지 들어가 봤던 호그와트의 금지된 숲은 무척이나 음침하고 스산했으며 그 흐름을 알 수 없는 기운이 뒤틀려 섞여 있는 느낌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었다. 분명하게도 금지된 숲의 분위기와 상반된 이곳이 그 숲의 일부일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올 수 있는 결론은 하나, 이곳이 '학교 밖의 어딘가' 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었다.

 저를 어딘가에 편히 뉘어놓은 커다란 손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주고 있었다. 아, 아까의 흐릿한 정신에 보았던 것은 당신이 맞았구나. 하지만 어째서지? 당신은 데스이터파의 학생들을 이끌고 싸우고 있어야 하지 않아? 충실한 충견을 앞에 세워두고, 그렇게 군림하고 있어야 할 선배인데, 분명히도 우리는 적대관계였는데, 어째서, 왜, 불사조 기사단의 이름을 달고 데스이터의 이름을 단 선배의 맞은편에 서서 싸운 나를 보살펴주고 있는 거야? 수많은 의문은 뱃속에서부터 빙빙 돌아 결국 칼립, 그를 부르는 단 한마디만으로 바뀌어서 나왔다. 이내, 부름에 대한 대답이 돌아오지 않은 대신 잠시간의 정적 끝에 그의 입에서 첫 말이 흘러나왔다. 그 또한, 저도 바로 대답을 돌려주지 않았다.


"...아가씨는, 집에 돌아가면 무엇을 하고 싶나?"


 기묘한 물음이었다. 이 상황에 나오기엔 맞지 않는 듯, 헌데도 그가 말하니 자연스러운 순서인 듯 느껴지는 그런 말. 저는 생각을 하는 척, 입을 다물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저 운을 띄우듯 나온 조그마한 글쎄, 라는 중얼거림이 그에게 닿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저가 궁금한 것은, 알고 싶은 것은.


"...강아지는 유기하고 온 거야?"


 그의 종잡을 수 없는 표정을 살피며 의문문으로 물었지만, 사실 어느 정도의 추론은 끝낸 지 오래였다. 충견. 그의 의지는 일절 상관없이 오직 제 뜻대로 수족이 되던 존재가 곁에 있지 않고, 기절했었던 저를 데리고 학교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은 전쟁이 종막을 맞이했고 또 아마, 충견의 배신- 혹은 그의 손으로 잘라내 버린 것, 둘 중 하나겠지. 그렇지 않고는 그 어떠한 것도 설명이 되지 않는걸. 그럼에도 그에게 굳이 묻는다는 것은 그의 목소리로, 말로써 분명히 하고 싶었고, 어느 측이 승리했던 1학년이고 아직 어리기에 정상참작을 받을 수 있는 저보다도 그의 위험성이 더 크다는걸 알고 있기에 좀 더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싶었다. 그 역시 눈앞의 작은 소녀가 파악해놓고도 부러 되묻는 것을 아는지 대답을 가렸다. 입술 새에서 나온 나지막한 목소리는, 데스이터파 의 승리와 호그와트의 전쟁을 한 이들에게서 저의 기억을 지우고 나왔다는 것과 이대로 학교를 나갈 것이라는 것이었다. 충견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자세한 것들이 생략되었지만 분명 그 또한 자신의 추론대로 일 것이 분명했다.

 어두운 숲속에서도 이른 아침 하늘, 한낮의 맑은 샘, 깨끗한 거울 유리처럼 빛나는 눈동자에는 말없이 그를 곧게 시선 하는 은색의 눈동자 한 쌍이 담겨있었다. 몇 초간의 정적 끝에, 그는 저에게 물었다.


" 나는 계속 아가씨와 다른 길을 갈 텐데, 나와 같은 짐을 짊어질 수 있겠어? -앨리스 베로니카 아스트라. "


 고작 며칠 전, 서로가 대립의 관계에 들어서기 전에 그가 저의 성을 떼고 퍼스트와 미들네임만을 불러주었던 때를 떠올렸다. 살아남길 바라, 간원의 키스를 네게 남겼을때 잡혔던 팔의 감각이, 가는 팔을 쥐었던 커다란 손의 온기가 떠올랐다. 그가 무어라 했었더라. ...아, 그래. '왜 하필 아가씨지?' 였었다. 왜, 하필. 어쩐지 저는 그 상황이 머글의 소설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장면과 닮아있다고 생각해서, 그 대사를 읊기도 했었다. 바라지 않았던, 원치 않았던 대립. 하지만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모든 상황들. 그는 뱀의 새끼로 자랐고, 저는 불사조의 새끼로 자랐기에, 그래서였을 뿐인 대립. 결국, 전쟁 내내 저는 그의 앞에서 단 한 번도 지팡이를 들 수 없었다. 부러 그를 피하였고, 그가 쓰러졌을 때 그 모르게 잠시 치료를 해주었을 뿐이었다. 그 또한 그러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분명히도 그를 공격할 수도, 그에게 대항해 싸울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의 길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전혀 다른 가치관의 길. 차별과 격차로 점철된 사상의 길. 오러인 마마와 대립하고야 말 수밖에 없는 길. 가족을 등지고, 소중한 이들을 등져야만 하는 그런 길. 

 자신이 버려야 할 것들과 함께 떠오른 것은 바로 직전까지의 전쟁. 호그와트라는 작은 장소에서 벌어진, 앞으로 일어날 마법 세계의 전쟁의 축소판과도 같은 그 항쟁에서 제가 보아온 것들. 각자의 정의에 따라 갈라진 학생들은, 자신의 정의를 쫓아 지팡이를 들었고, 서로에게 주문을 겨눴었다. 그것이 교수님일지라도, 동급생, 선후배, 친구, 형제자매일지라도 그들은 지팡이를 휘둘렀다. 전쟁의 시간이 이어져갈 동안, 눈에 보였던 모든 것들에 저는 분명히 환멸 느꼈었다. 옳은 정의, 차별을 반대하는 정의의 붉은 날개 아래에 불사조의 이름을 달고 싸우던 이들의 비겁함을, 멍청하고 저열한 싸움을. 그저 선(善)의 집단이라는 형편 좋은 허울을 걸치고 있을 뿐 전쟁 속에서 지팡이를 휘두르는 모습은 데스이터들과 다를 바 없는 무법자들의 모습에서 동지감도, 의무감도, 정의감도 느낄 수 없었다. 인적이 드문 복도 구석에 숨어 모든 싸움을 지켜보며 몇 번이고 생각했었다. 붉은 날개도, 죽음을 먹는 뱀도 결국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나는 차라리.


생각이 흐르고 흘러

결국 그 흐름이 도달한 곳은

날이 개고 있는 새벽하늘 끄트머리를 투영한듯한 유리 색 눈동자로.


 아직 어린아이의 것과 다름없는 자그마한 손이 제 팔을 잡아 쥐었던 커다란 손을 조심스럽게 마주 잡았다. 마치 그에게 간원의 키스를 할 때처럼, 커다란 손 하나를 양손으로 조심스레 붙잡고,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마주했다.


" 당신이 그것을 바란다면, 그 짐의 무게가 얼마가 되었든 간에 상관없이. "


문장의 사이에 쉼표를 찍어놓듯 잠시 숨을 고르고 -다만, 해야만 할 말들을 이어갔다.


" 나는 아직 어려. 고작 11살, 이제 겨우 호그와트의 한 학년을 마치기 직전인 신입생이야. 지금의 내가 선배의 손을 잡고 학교를 떠난다면, 고작 기초를 배웠을 뿐인 1학년은 결국 아무 쓸모 없는 말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선배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선, 마땅한 지식과 실력을 갖춘 뒤여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주변 정리를 할 시간도 필요해."


 그에게는 분명, 지난겨울의 무도회에서 이야기했었다. 오러인, 순수혈통인 마마의 이야기를. 당신의 손을 잡는다는 것은 마마와 대립하게 된다는 이야기. 가면의 너머로 모른 척, 아닌 척 장난스러운 연기를 하며 추었던 왈츠 속에서 나눈 이야기를 그가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의남매로 있어 주기로 했던 마크오빠의 일도 알고 있을 터였다. 굳이 길게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주변 정리에 대한 의미를 그는 알 것이었다. 그 자신도 주변 정리를 하고 호그와트를 나와버렸듯이, 저에게도 그런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편지를 보낸다든가, 방학 때 만나러 간다던 가를 지속한 채, 나는 호그와트에 남아서 더 배우고, 준비하고, 정리하고, 그리고 졸업을 하는 날, '칼립 비셥이 필요로 하는 것에 걸맞은 마녀'가 되어서 지팡이를 들고 싶어."


 당신과 대립하여서, 당신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면 나는 기꺼이 눈을 감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것에 당신이 괴로워한다면, 그리고 당신이 저를 필요로 한다면, 그것이 낳아주고 길러준 가족을 등지고 나를 믿어주는 이들을 배반하는 일이 될지라도 그 모든 것을 감내하고 각오한 채 그 손을 잡을 수도 있어. 사실은, 이미 한번 대립한 상황 속에서의 그 선연한 괴롭고도 답답한 감각을 지울 수 없어서, 저와의 대립을 바라지 않아 했던 듯한 그 잡아챔이 여태토록 생생해서, 그래서 더욱 그 손을 뿌리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맹세하듯 내뱉은 말에 이어진 희미하게 지어지는 미소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할지는 알 수 없었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퍽 기분 좋은 빛을 발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는 것 정도 뿐에는.

-깨뜨릴 수 없는 맹세를 나누고 싶어. 내가 방금 한 말들을 어기지 않을, 당신을 따라가겠다는 약속의 증표로.

 어둠 속에서 흐르는 가느다란 목소리에 뒤이어, 공기를 가르는 소리, 황금빛의 실이 반짝이는 형체가 환상처럼 짧은 순간 동안 스치고 사라져갔다. 호그와트로 돌아가는 포트기를 앞에 두고 조금 전까지의 분위기가 꿈결이었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고 평이한, 일상적인 목소리가 재잘이며 울려 퍼졌다. 편지할게. 카올도 건강히 잘 있다가 답장 전해주러 와야 해? 방학 때 봐, 선배. 그 말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그래서 어쩐지 호그와트의 복도에서 나누는 대화인 것만 같이 들려왔다. 결국, 호그와트로 돌아가는 이는 단 한 명 뿐이었음에도.


 작은 여자아이가 사라진 숲속에서, 청년에 가까운 소년은 미련 없이 포트키를 없애고 저 또한 새까만 올빼미와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

에x키x 그 이후.

공미포 3915

Posted by 쇼우소예 :


"미안해, 더 이상 너랑 내 관계를 연인으로 이어갈 수 없어."


어느날엔가 너는 말했다. 나는 무슨 웃기지도 않는 소리냐며 화를 냈었다. 그런, 제멋대로인, 그런 말이 어디있냐며 소리쳤었다. 항상 함께, 계속, 그럴거라고만 생각했던 사람이었는데. 포기하고싶지 않다고,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 첫 사람이었는데, 그랬는데. 네 말을 납득할 수 없다고 있는대로 고집을 부리며, 그렇게 성질을 내며 문을 박찼었다. 그것이, 꼬박 3일 전의 일이었다.


화실 앞까지 무작정 걸어갔었다. 화실 앞에서, 한참을 현관만 바라보다 등을 돌렸다. 다시 걷고, 또 걸어서 원래 살던 원룸으로 향했다. 방음이 잘 안되어서 기껏 마련한 재봉틀도 한번 켜지 못했던 작고 소박한 방. 어느샌가 거의 그의 집에서 지내게되어 머문 횟수가 줄어든 만큼 사람냄새가 사라진 저의 보금자리. 책상 한켠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이면지의 그림들에 시선이 닿았다. 그를 생각하며 조금씩 조금씩 만들었던 디자인 시안이 한장, 두장, 그렇게 얇은 노트로 엮을 수 있을만큼의 소박한 분량. 울컥 치밀어오르는 감정에 종이뭉치를 바닥으로 내던졌다. 흩어져가는 종이들을 하염없이 보아도 분노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실 길이 없어 흩뿌려진 종이들을 밟고 구기고 찢어버렸다. 그마만큼이나 나는 제 감정을 자제할 줄 모르는 덜 자란 어른이었다.


왜, 어째서, 도대체 왜!


아파트의 다른이들에게 항의를 받을 정도로 고성을 내지르고 낡은 철제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해도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 날은 그랬었다.



*



'미안해, 페더.'


네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꿈속에서의 목소리. 하루 전에 들은 말 한마디. 나는 또 내게 가당치 않고 맞지않는 행복을 잡으려 했던 걸까, 괜시리 눈물이 비져나왔다. 사실은 알고 있었으니까, 느끼고 있었고, 깨닫고 있었으니까. 그걸 납득하기 싫어 발버둥쳤던 하루전의 자신을 꾸중하듯 소리없는 울음이 흘러나왔다. 그래. 알게 모르게 조금씩, 아주아주 조금씩 그와의 사이에 균열이 있었음을 느끼고 있었어. 작업하느라고 바빠, 그렇게 구실좋은 핑계를 가지고 깨닫지 않으려고 했었어. 그가 말한 의미를 나는 분명하게 알아듣고 수용할 수 있었어. 단지 꼴같잖은 자존심, 그 잠깐의 달콤했던 시간을 놓고 싶지 않은 이기심이 더 컸던 것 뿐이야. 알고있어. 알고 있었다고. 전부. 납득하지 못한게 아니야. 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야.


그렇게 또 그 날 하루는 끝없는 자괴감과 자기회고에 젖어들어 물 먹은 솜처럼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지 않았고, 그럴 수 없었고, 그러지 못했다.



*



다시 눈을 떴을때, 나는 엉망이 된 방의 종이들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하나하나 파쇄기에 넣어버리며 정리했다. 정리하는게 맞는거야. 그것이 그에게도, 나에게도, 우리 서로에게 있어서 분명히 옳은 방향임을 머리로는 이해했으니까. 마음은, 아직도 소란스러웠지만 머리는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마음에 잠시 잠금쇠를 걸고 정리를 하자. 그렇게 다시 천천히 움직였다. 방에 남겨두었던 그에게 맞춰진 디자인들을 전부 지워버리고, 이틀전엔 미처 발을 들이지 못했던 화실로 향해 작업실에 둔 도구상자속 그림들 몇장도 솎아내어 나왔다. 이게 맞는 일이야. 이렇게 하는게, 옳은 일이야.


이번주까지의 그의 스케쥴을 알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가 없을 오후시간에 그의 집을 찾아갔다. 곤히 자고있던 크고 하얀 사모예드가 제게 달려들었다. 안녕, 별아. 제 주위를 돌아다니는 아이를 놔둔채 집 안 곳곳의 흔적을 치워갔다.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던 노트, 디자인을 궁리하던 노트와 필기구, 패션잡지 몇권. 원룸에서 가져왔던 옷가지 몇별과 간단한 생활용품. 캐리어에 차곡차곡 쌓아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주변을 배회하던 하얀 사모예드를 꾹 끌어안아주었다. 안녕, 안녕 별아. 잘 지내. 그 따뜻한 온기에 기대어 잠을 잤던 일은 결코 잊지 못할거야. 멍, 저를 부르는 소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이제는, 이제는 한 걸음만을 남긴채.



*


꼬박, 어제까지의 일을 되새겼다. 3일. 3일이었다. 납득하지 못하고, 납득하고, 정리하기까지. 아직도 잠가둔 마음의 틈에선 조금씩 물이 새어나왔지만 괜찮을 것이었다. 늘 그래왔듯, 몇번이고 그래왔듯 금방 말라버릴 것이었다. 그의 집 앞에서, 그를 불러냈다. 인사해야 할 시간이야, 페더 디엘로.



"미안해, 다짜고짜 성질을 내고 나가서."


"납득, 하니까. 이해하니까. 나도 느끼고 있었으니까."


"잘 있어, J. 마지막 인사를 하고싶었어. 제대로, 끝내기 위해서."



하지만, 너를 친구나 동업자로써 다시 볼 용기가 내게 있을지는 모르겠어. 그만큼 나는 너를.

단 한가지 아쉬운건, 너와 함께 내 고향인 스웨덴에 가지 못했다는 것 정도일까.

형에게, 내 가족에게 너를 소개하고 싶었어. 


끝까지 너에게 하지 않을 내 마지막 미련을 꼭꼭 잠그며 나는 너에게 안녕을 고해. 그리고 등을 돌려. 이걸로 끝이야. 너와 나는, 이게 끝이야. 어디선가 엇갈렸던 선은, 그렇게 다시 제 갈길을 향해 갈라지지. 


안녕, J. 

안녕, 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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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쇼우소예 :

ㄴㄴㄴㅇㅇㄴ

2016. 2. 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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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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