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다 사카미치?"
"엣,아,그,아,시,신카이상!"
더듬거리는 말투였지만 그나마 아는 얼굴이어서인지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에 드러내는 모습이 어쩐지 귀엽다고 느껴졌다. 어릴때의 유우토도 저랬었는데-. 친동생의 얼굴을 살짝 겹쳐보다 둘러싼 이들 사이에서 아이를 꺼내주었다. 낯선 관심속에 위축되어있던 아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것을 보며 다른 녀석들을 트레이닝실로 돌려보내고 나니 그새 또 안절부절하며 이리저리 시선을 굴리는 토끼같은 모습을 하고있었다. 토끼… 우사킷치같네. 어쩐지 보는 사람을 온화하게 만드는 그런 아이라 생각했다. 인터하이때는 오래 마주할 일이 없었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었지만…
"…ㅈ,저…저기…"
"음? 아 그렇지. 하코네까지 오다니 무슨일일까나?"
"그,그게… 아라키타형이 불러서, 왔는,데… 여기서 기다리라고만 하고 답장이 없어서,요…"
아아, 야스토모였던가. 인터하이 3일째를 인연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 같더니 어느새 타교로 부를만큼 친해진걸까. 원래 친분이 있었던 듯한 마나미와는 묘하게 거리감이 생긴 것 같더니. 미묘하게 얽힌 관계선상을 떠올리다 또 다시 끙끙거리는 아이의 행동이 시야에 들락날락거려 생각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확실히 이대로 계속 세워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다른녀석들이 오려면 아직 좀 더 걸릴 것 같으니, 아예 '그 곳'에 대려가는게 좋을거란 생각에 오노다를 불렀다. 네, 넷?! 확연히 긴장한 모습에 왠지모를 씁쓸함을 뒤로하고 저를 따라오게끔 했다. 에, 엣, 물음표를 잔뜩 띄우면서도 쪼르르 쫓아오는 모양새가 병아리같아 조금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가 돌보는 아이야. 우사킷치라고 불러. 야스토모가 올 때까지 여기서 시간 좀 때우자고,오노다?"
"ㅇ,앗,네!"
"그렇게까지 기합이 들어가있을 필요 없는데 말야- 아, 사카미치라고 불러도 될까?"
"그,펴,편하신대로 불러주세요!"
뭐랄까, 우사킷치를 처음 봤을때를 떠올리게했다. 작고 작으면서 움찔움찔 떨어대던, 그러면서도 눈을 마주치면 또렷이 바라보던 그 때의 우사킷치를 닮아있었다. 사실 저는 인터하이에서 그와 안면을 트거나 할 일이 전혀없었다. 기억하는 것은 첫날 100명의 집단을 막 뚫고 들어왔을때와 둘째날에 진을 데리고 무리에 합류했던 것, 마지막으로 셋째날 산 입구에서 먼저 가버린 뒷모습과 시상대위에서의 환하게 웃던 얼굴이 전부였다. 음, 생각보다 많은건가? 의외로 제법 꼼꼼하게 머릿속에 새겨져있다는게 신기했다. 엄청난 루키였고 우승자였기에 인상에 남은거라고 하기에는, 왠지모르게 그를 엄청-주목하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져도 되는데. 물지않아. 안아볼래?"
"그,그래도 되나요…?!"
"물론. 자아~."
손가락으로 건드릴듯 말듯 우사킷치를 향해 손을 움찔거리는 모습에 웃음기를 띄우며 그에게 우사킷치를 안겨주었다. 조금 긴장해서 어정쩡하게 받아든다 싶더니 조금씩 자세를 고쳐가며 쓰다듬어주는 얼굴에 불그스름한 홍조가 피어올랐다. 봉숭아꽃물이 드는 것 처럼 사랑스러운 빛깔로 물들어 눈을 반짝이고 웃음짓는 얼굴이 정말로 예쁘다 생각했다. 인터하이 첫날은 100명이나 뚫고왔다는 1학년이 너무나 작고 왜소해서 놀라워했었다. 둘째날도 놀랐었지만, 묘하게 의지를 강하게 피우고 또렷하게 힘을 준 눈동자에 전날 진파치가 말했던 '안경군의 좋은눈' 이야기를 실감했었다. 셋째날, 산 밑에서 마지막 스프린트를 하고 나가떨어지던 제 앞에서 멀어져가던 작은 등이 어떠한 체격좋은 사람의 등판보다도 강해보였었다. 그렇게 묘하게만 보이던 타교의 루키가 시상대 위에서 해맑게 웃던 모습이 제법 뇌리에 강하게 박혔는지 지금 눈 앞에서 웃는 모습과 겹쳐보이고 있었다. 부정하기에는 너무나 깨끗하고 어여쁜 웃음이어서 왠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긴장을 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편하게 우사킷치와 노는 저런 어린아이같은 모습은 분명 누구라도 사랑스럽게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신카이상! 신카이상-!"
멀찍이서 들려오는 이즈미다의 목소리에 상념을 깨고 우사킷치를 우리에 내려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만 갈까? 다들 온 것 같으니까-. 네! 자신에 대한 긴장감도 다소 사라졌는지 아까보다 느슨해진 대답에 만족스럽게 웃으며 부실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떼었다. 이제는 뒤가 아닌 옆에 가까운 위치에서 우사킷치에 대한 이야기를 재잘거리는 모습에 우사킷치를 볼 때와 비슷하면서도 어딘지 다른 몽실거리는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몽실몽실, 몽글몽글하면서도 간질거리고, 초코바나나맛 파워바만큼 달고 고소한, 그런 무언가를.
돌아온 부실에는 마나미를 제외한 레귤러 전원이 모여있었다. 야스토모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며 쪼르르 다가가는 모습이, 방금까지 제 옆자리를 채우고 있던 몽실거림이 사라지는 것이 퍽 유쾌하지 않았다. 유스케군과의 연결고리덕인지 진파치와도 제법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즈미다와는 조금 어색한 인사를, 주이치와는 소호쿠 주장의 안부를 묻고 전하며 나름 긴장을 하지 않은 인사를 나누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내내 속에서 무언가가 자꾸 모양을 달리하며 감정의 보따리를 정신사납게 건드렸다. 괜시리 꺼내 배어문 초코바나나맛 파워바의 달고 고소한맛이 입 안에서 맴돌면서 무언가가 선명해져갔다.
"バキューン☆"
주이치와의 합의 끝에 하코네산 연습코스 한바퀴만으로 오늘 연습을 끝내기로 한 야스토모가 비앙키를 끌고 나서고 그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가는 사카미치의 등을 향해 자신의 익숙한 단골멘트를 손짓과 함께 쏘아보냈다. 나오지 말라며 사카미치를 향해 돌아서던 야스토모도, 부실안에 있던 진파치네들과 다른 부원들도, 막 들어서던 마나미까지도 전부 기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대부분의 놀란표정과, 소수의 놀람,그리고 라이벌의식이 깃든 표정이 전부 자신을 향해왔다. 그 와중에 전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사카미치만이 뒤숭숭해진 분위기에 안절부절해할 뿐이었다.
「생각보다 라이벌이 많긴 했지만-
하코네의 직선귀는 결코 지지 않을거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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