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오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5.21 [신오노] バキューン★
  2. 2014.11.08 [신오노유우] 네임버스단문-1
문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의 일정을 시작하기에는 조금 이른시간이었던데다가 드물게 다른 레귤러들이 늦은 상황이었다. 주이치는 고문선생님께 불려갔었고, 마나미는 보나마나 또 늦게올터였으며 이즈미다는 당번이랬고, 야스토모도 오늘 뭔가 사고를쳐서 화장실청소를 하고 온다 했었다. 진파치는 제 팬클럽 여자아이들과 수다를 떠느라 늦는것이 분명했다. 고로, 지금 하코네 로드부에 있는 레귤러는 신카이 저 뿐이었다. 다소 귀찮긴 했지만 뭔가 일이 있다면 레귤러인 저가 확인을 해야만했다. 레귤러일 뿐만 아니라 3학년이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락카룸을 나와 로드바이크를 세워놓은 밖으로 나가니, 대여섯명이 누군가를 향해 벽을치듯 둘러서 있는게 한 눈에 들어왔다. 그 틈새로 삐죽삐죽 보인 녹색과 노란색의 교복, 평균키의 남학생들에게 쉽게 가려지는 작은 키, 어렴풋 빛이 반사되는 안경알의 모양새에 신카이는 놀라운 감정을 숨기질 못했다.


"오노다 사카미치?"

"엣,아,그,아,시,신카이상!"


더듬거리는 말투였지만 그나마 아는 얼굴이어서인지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에 드러내는 모습이 어쩐지 귀엽다고 느껴졌다. 어릴때의 유우토도 저랬었는데-. 친동생의 얼굴을 살짝 겹쳐보다 둘러싼 이들 사이에서 아이를 꺼내주었다. 낯선 관심속에 위축되어있던 아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것을 보며 다른 녀석들을 트레이닝실로 돌려보내고 나니 그새 또 안절부절하며 이리저리 시선을 굴리는 토끼같은 모습을 하고있었다. 토끼… 우사킷치같네. 어쩐지 보는 사람을 온화하게 만드는 그런 아이라 생각했다. 인터하이때는 오래 마주할 일이 없었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었지만…


"…ㅈ,저…저기…"

"음? 아 그렇지. 하코네까지 오다니 무슨일일까나?"

"그,그게… 아라키타형이 불러서, 왔는,데… 여기서 기다리라고만 하고 답장이 없어서,요…"


아아, 야스토모였던가. 인터하이 3일째를 인연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 같더니 어느새 타교로 부를만큼 친해진걸까. 원래 친분이 있었던 듯한 마나미와는 묘하게 거리감이 생긴 것 같더니. 미묘하게 얽힌 관계선상을 떠올리다 또 다시 끙끙거리는 아이의 행동이 시야에 들락날락거려 생각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확실히 이대로 계속 세워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다른녀석들이 오려면 아직 좀 더 걸릴 것 같으니, 아예 '그 곳'에 대려가는게 좋을거란 생각에 오노다를 불렀다. 네, 넷?! 확연히 긴장한 모습에 왠지모를 씁쓸함을 뒤로하고 저를 따라오게끔 했다. 에, 엣, 물음표를 잔뜩 띄우면서도 쪼르르 쫓아오는 모양새가 병아리같아 조금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가 돌보는 아이야. 우사킷치라고 불러. 야스토모가 올 때까지 여기서 시간 좀 때우자고,오노다?"

"ㅇ,앗,네!"

"그렇게까지 기합이 들어가있을 필요 없는데 말야- 아, 사카미치라고 불러도 될까?"

"그,펴,편하신대로 불러주세요!"


뭐랄까, 우사킷치를 처음 봤을때를 떠올리게했다. 작고 작으면서 움찔움찔 떨어대던, 그러면서도 눈을 마주치면 또렷이 바라보던 그 때의 우사킷치를 닮아있었다. 사실 저는 인터하이에서 그와 안면을 트거나 할 일이 전혀없었다. 기억하는 것은 첫날 100명의 집단을 막 뚫고 들어왔을때와 둘째날에 진을 데리고 무리에 합류했던 것, 마지막으로 셋째날 산 입구에서 먼저 가버린 뒷모습과 시상대위에서의 환하게 웃던 얼굴이 전부였다. 음, 생각보다 많은건가? 의외로 제법 꼼꼼하게 머릿속에 새겨져있다는게 신기했다. 엄청난 루키였고 우승자였기에 인상에 남은거라고 하기에는, 왠지모르게 그를 엄청-주목하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져도 되는데. 물지않아. 안아볼래?"

"그,그래도 되나요…?!"

"물론. 자아~."


손가락으로 건드릴듯 말듯 우사킷치를 향해 손을 움찔거리는 모습에 웃음기를 띄우며 그에게 우사킷치를 안겨주었다. 조금 긴장해서 어정쩡하게 받아든다 싶더니 조금씩 자세를 고쳐가며 쓰다듬어주는 얼굴에 불그스름한 홍조가 피어올랐다. 봉숭아꽃물이 드는 것 처럼 사랑스러운 빛깔로 물들어 눈을 반짝이고 웃음짓는 얼굴이 정말로 예쁘다 생각했다. 인터하이 첫날은 100명이나 뚫고왔다는 1학년이 너무나 작고 왜소해서 놀라워했었다. 둘째날도 놀랐었지만, 묘하게 의지를 강하게 피우고 또렷하게 힘을 준 눈동자에 전날 진파치가 말했던 '안경군의 좋은눈' 이야기를 실감했었다. 셋째날, 산 밑에서 마지막 스프린트를 하고 나가떨어지던 제 앞에서 멀어져가던 작은 등이 어떠한 체격좋은 사람의 등판보다도 강해보였었다. 그렇게 묘하게만 보이던 타교의 루키가 시상대 위에서 해맑게 웃던 모습이 제법 뇌리에 강하게 박혔는지 지금 눈 앞에서 웃는 모습과 겹쳐보이고 있었다. 부정하기에는 너무나 깨끗하고 어여쁜 웃음이어서 왠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긴장을 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편하게 우사킷치와 노는 저런 어린아이같은 모습은 분명 누구라도 사랑스럽게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신카이상! 신카이상-!"


멀찍이서 들려오는 이즈미다의 목소리에 상념을 깨고 우사킷치를 우리에 내려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만 갈까? 다들 온 것 같으니까-. 네! 자신에 대한 긴장감도 다소 사라졌는지 아까보다 느슨해진 대답에 만족스럽게 웃으며 부실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떼었다. 이제는 뒤가 아닌 옆에 가까운 위치에서 우사킷치에 대한 이야기를 재잘거리는 모습에 우사킷치를 볼 때와 비슷하면서도 어딘지 다른 몽실거리는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몽실몽실, 몽글몽글하면서도 간질거리고, 초코바나나맛 파워바만큼 달고 고소한, 그런 무언가를.

돌아온 부실에는 마나미를 제외한 레귤러 전원이 모여있었다. 야스토모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며 쪼르르 다가가는 모습이, 방금까지 제 옆자리를 채우고 있던 몽실거림이 사라지는 것이 퍽 유쾌하지 않았다. 유스케군과의 연결고리덕인지 진파치와도 제법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즈미다와는 조금 어색한 인사를, 주이치와는 소호쿠 주장의 안부를 묻고 전하며 나름 긴장을 하지 않은 인사를 나누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내내 속에서 무언가가 자꾸 모양을 달리하며 감정의 보따리를 정신사납게 건드렸다. 괜시리 꺼내 배어문 초코바나나맛 파워바의 달고 고소한맛이 입 안에서 맴돌면서 무언가가 선명해져갔다.


"バキューン☆"


주이치와의 합의 끝에 하코네산 연습코스 한바퀴만으로 오늘 연습을 끝내기로 한 야스토모가 비앙키를 끌고 나서고 그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가는 사카미치의 등을 향해 자신의 익숙한 단골멘트를 손짓과 함께 쏘아보냈다. 나오지 말라며 사카미치를 향해 돌아서던 야스토모도, 부실안에 있던 진파치네들과 다른 부원들도, 막 들어서던 마나미까지도 전부 기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대부분의 놀란표정과, 소수의 놀람,그리고 라이벌의식이 깃든 표정이 전부 자신을 향해왔다. 그 와중에 전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사카미치만이 뒤숭숭해진 분위기에 안절부절해할 뿐이었다.







「생각보다 라이벌이 많긴 했지만-
하코네의 직선귀는 결코 지지 않을거니까 말야?」
Posted by 쇼우소예 :


 두 형제에게 있어서 작은 소년은, 오로지 그들만이 만지고 끌어안아 줄 수 있는 인형이었다. 분명 살아 숨쉬고 심장이 뛰는 사람이었지만 두 형제는 소년을 인형마냥 소유하며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후작家의 적통한 후계자지만 노네임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단 한번도 대외적으로 내보여진 적 없는 형제에게 있어서 소년은, 그 둘에게 주어진 유일한 말벗이자 전용 시종이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소유물이었기 때문에 그러했으며 그 소년도 자신들과 '똑같은' 노네임이었기에 더더욱 강한 소유욕을 보이게 되는 유일한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


10여년의 시간이 흐를동안 작은 소년은 저보다 두살 위인 형과 한살 아래인 동생 사이에 끼여 매일 형제의 방에서 형제와 함께 잠을 자고, 같은 밥을 먹고, 같이 공부를하고, 같이 놀고. 언제나 모든것을 함께해왔다. 얼핏 보면 삼형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붙어다녔고 그것은 주변에서 보기에도 언제까지고 변함이 없을 것만 같았었다. 그랬었었다.


*


"…ㅎ,하야토형, 유우,토군,나…이름,이…"


 형인 하야토의 성인식이 얼마 남지 않았던 초봄. 영원할 것 같았던 세 사람사이에 자그마한 균열이 생겼다. 작은 소년, 오노다 사카미치가 태어난지 16년만에 갑자기 나타난 네임은 세 사람에게  놀라움이었고, 특히 오노다에게는 반쯤 두렵기까지 한 것이었으며, 두 형제에게는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남자아이치고 크지 않은 손, 왼손 검지손가락 위에 가지런하게 새겨진 글씨 - Shinkai -. 신카이. 두 형제의 집안의 이름, 두 형제의 성. 신카이 후작가의 누군가를 가르키는 오노다의 네임. 그것은 신카이가문의 그 누구라도 이름의 주인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으나, 그 때까지 신카이 후작가의 핏줄 중에서 오노다의 네임이 나타난 사람은 전혀 없었고, 네임의 주인을 찾지 못한 사람도 전혀 없었으며 하다못해 노네임인 사람도 자신들 형제뿐에 없었다. 다시말하자면 오노다의 손가락에 나타난 네임은, 두 형제중 누군가를 뜻하는 네임임에 틀림이 없단 소리이기도 했다. 보통은 풀네임, 혹은 성을 제외한 이름만이 나타나기 마련이건만 이렇게 성만 나타난 건 참으로 특이한케이스-10여년이 지나 뒤늦게 발현한 자체가 이미 특이한 케이스지만-여서, 그저 형제의 말벗이자 놀이상대였고 일개 시종이였던 오노다 사카미치가 후작가 안의 유명인사가 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


 네임의 발현 이후 형제는 한시도 오노다를 곁에서 떼어놓지 않게되었다. 겉치례적인 이유는, 후작가 적통의 네임을 가진 자를 없애면 안그래도 위태하던 하야토나 유우토의 입지가 더 흔들려서 그 자리를 빼앗을 수 있을거란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의 위험에서 지켜내기 위해서였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조금 더 자신의 것이란 소유욕이 강해진 탓도 있었다. 하야토인지, 유우토인지는 알 수 없으나 둘 중 누군가의 것임은 확실한 네임이 나타났으니, 자연히 더 남에게 보이려 하지 않게 됐음이라. 


"신기하다. 예뻐요, 사카미치형."

"응, 예쁘다, 사카미치."


 번갈아서 오노다의 손을 맞잡는 형제의 눈이 이채로운 빛을 띠었다. 성만 나타난 탓인지 하야토와의 접촉에도, 유우토와의 접촉에도 검지손가락의 네임은 새벽의 하늘마냥 고운 푸른빛을 띄는것이 아름다워 두 사람은 몇번이고 손을 맞 잡고, 손가락을 매만지고, 손 끝에 입을 맞추었다. 방 안에서 거희 나가지 못하게 된 오노다가 책을 읽거나 창 밖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어느샌가 둘 중 하나가 슬그머니 다가와 뒤에서 끌어안곤 했다. 그 때마다 일렁이는 푸른빛에 매료되기라도 한 듯, 두 사람의 시선은 언제까지고 오노다의 손가락에서 떠날 줄 몰라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불안함에 하야토는 유우토를, 유우토는 하야토를 경계했다. 어느순간엔가 나타는 뒷 이름이 자신의 것일지, 혹은 형제의 것일지 모르는 노릇이었기에. 단 한순간으로 오노다 사카미치는, 오로지 자신만의 소유가 아니게될 수 있기 때문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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