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오노] 내가 좋아하는 네가 좋아하는 것.
마키시마 유스케의 독서취향은 무서울 정도로 확고했다. 누가 묻던 상관없이 그날 먹은 식단을 얘기하듯 툭 내뱉을 수 있을 정도로 거리낌없어했다. 물론 그 또래라면 누구나 침대 밑 한두권쯤은 소장하고 있을 책이긴 하지만 마키시마에겐 그런 단순한 호기심이나 치기가 아닌 확고한 독서취향이었다.
문학계나 에세이류는 오글거리고 그다지 와닿지않아 손이 가지 않는 편이었다. 판타지나 장르소설계도 관심밖이었다. 전문서적류는 졸리기 그지없는 책일뿐이었다. 간혹 로드관련 책과 진로 관련된 책이 아니고서는 마키시마가 읽는 책은 패션잡지 약간과 다양한 그라비아뿐이었다. 마키시마의 방 한켠에 그라비아만 모아놓은 책장이 있을 정도로, 정말로 그의 독서 취향은 확고했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니..."
그런 마키시마가 지금, 아주 어릴적에 말고는 접할일이 없었던 만화책 코너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스스로도 난감한듯 어쩔 줄 몰라하는 시야에 들어와 있는 것은 '러브히메'만화책 시리즈. 소호쿠 로드부1학년이자 클라이머 후배인 오노다 사카미치가 매일 불러대는 애니송의 만화판이 주르륵 진열되어있는 칸에 시선이 분명하게 닿아있었다.
'히-메! 히-메! 스키스키 다이스키
히메! 히메! 키라키라링!'
뇌리에 분명하게 박혀있었던 그 아이의 노랫소리가 새삼스레 맴돌았다.
'마,마키시마상!'
'괴,굉장해요! 멋있어요!'
'마키시마상!'
저를 부르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 둥글고 커다란 눈을 순수하게 빛내며 저를 바라보던 모습이, 더없이 밝게 웃으며 언덕을 오르던 모습이 떠올랐다.
스멀스멀 떠오르는 아이의 흔적을 하나하나 되새기다보니 어느새 제 손에는 문제의 러브히메 몇권이 들려있었다. 계산까지 끝마쳐서 서점 밖으로 나온 마키시마는 한참을 멍청히 만화책에 시선을 두다 이내 어쩔 수 없단 듯 제 머리를 감싸쥐며 웃어버렸다.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거, 상당히 중증이잖니-."
순수하게 저를 동경하며 반짝이던 그 작은 소년에게, 작고 어리숙한 후배에게 어쩔 도리없이 빠져있음을 새삼스레 자각하고 있는 자신이 바보같아서 웃었다. 어찌되었든 사 버린 책을 가방속에 집어넣고, 다시금 머릿속을 스멀스멀 점령하는 루키의 생각에 조금 전 보다는 기분좋아보이는 웃음이 마키시마의 얼굴 위에 올라왔다.
마키시마 유스케의 독서취향은 확고하다. 다양한 그라비아 잡지를 읽는 확고한 취향이자 취미를 가진 그의 책장에,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책이 더해졌다. 그것은 결코 그 자신의 취향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 아이의 독서취향이라고까지 할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것임에는분명했다. 마키시마 유스케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책. 아주 조금씩, 마키시마의 확고하기 그지없는 독서취향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려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