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나담님/토도오노] 권태기
"히끅...끅...흐우...흐끅..."
"...하아...그만 뚝 그치렴. 예쁜얼굴 망가지잖니."
코가 새빨개지고 보는 사람이 시릴정도로 눈가가 발개져서 그칠줄을 모르고 훌쩍이는 오노다의 모습에 마키시마는 속상한 듯 상냥히 달래주며 속으로는 이 사단을 낸 진파치녀석을 향한 사형선고를 수백번도 더 내리고 있었다. '요즘 토도상이 차가워지신 것 같아요'에서 시작해서 '토도상이 식사를 잘 안드세요' '계속 늦게들어오셔요 연락도 잘 안받고...'따위의 걱정어린 전화를 여러번 받으며 설마 진파치녀석 권태기? 이렇게 사랑스러운 오노다를 놔두고? 하며 어이없어하던게 엊그제까지의 일로 이틀을 조용한가 싶더니 토도가 굿즈를 치우라며 일방적으로 짜증을 내다가 뛰쳐나가서 외박을하고 다음날 찾아보니 왠 여자랑 있더라-하는 기가막히고 코가막히는 소식과 함께 오노다가 엉엉울며 제 집에 찾아온 오늘에서야 마키시마의 분노는 극에 치달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진파치같은 녀석하고 동거하게 하질 말걸 그랬잖니! 쇼옷!
한참을 훌쩍이던 오노다가 지쳐 잠이들고 나서야 마키시마는 자판 하나하나를 무척이나 정성스럽게 눌러 진파치의 번호를 소환하고 통화를 걸었다. 몇번의 신호음이 갈 동안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힌것도 잠시, '마키쨩?' 하는 태연하고도 태연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애써 진정시키던 속이 울꺽 뒤집힘을 느끼며 오노다가 자는 방을 빠져나와 언성을 높혔다.
"진,파치이이!! 너! 당장 우리집으로 튀어오라는거잖니! 5분안에 튀어오지 않으면 쥐도새도 모르게 사형시켜버릴테니 당장 튀어오도록!"
흡사 오니가 강림한듯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협박을 하는 마키시마는 정말 누구 하나 가볍게 목이라도 분지를 기세여서 토도는 가타부타 토도 달지 못하고 냉큼 기어야만했다. 허둥지둥 달려온 마키시마의 집 앞에는 팔짱을 끼고 어마무시한 저기압을 흉흉히 흘리며 지옥문 문지기처럼 대문앞에 서 있는 집주인 마키시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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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시마에게 흠씬 두들겨맞다 못해 정신적 데미지까지 잔뜩 받은 토도는 휘청거리기까지 하면서 힘겹게 오노다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코가 빨개지고 눈이 퉁퉁 부어서 어린아이마냥 웅크리며 자고있는 모습이 가여우면서도 새삼 무척 귀여워보였고 한편으론 죄책감이 느껴져 어쩔줄을 몰라했다.
"안겨...아니, 오노다. 오노다 사카미치."
이 녀석에순수함에 빠졌고 끈질긴 구애끝에 사귀게되고, 대학 졸업하자마자 귀국한 마키에게 허락을 구하느라 애먹다가 대학교 마지막학년이 된 오노다와 동거를 하게되고. 순전히 저에게 맞춰줬던 녀석이었는데 좀 귀찮아졌다고 잔뜩 구박하고 못되게 굴었던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와 토도는 진심으로 접싯물에 코박고 죽고싶단 기분을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하아, 미안. 미안 사카미치. 미안하다. 미안하...응?"
"...토도상..."
깊이 잠든줄로만 알았던 아이가 눈을뜨고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 놀라 머리를 쓸어주던 손을 확 떼버렸다. 하지만 저를 조금 야윈듯한 얼굴로 바라보다 베실베실 웃으며 제 품에 안겨드는 작은 아이의 행동에 토도는 잔뜩 벅차올라 그저 꼭 마주 끌어안아주며 미안하단말만 연신 해댈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