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제에게 있어서 작은 소년은, 오로지 그들만이 만지고 끌어안아 줄 수 있는 인형이었다. 분명 살아 숨쉬고 심장이 뛰는 사람이었지만 두 형제는 소년을 인형마냥 소유하며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후작家의 적통한 후계자지만 노네임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단 한번도 대외적으로 내보여진 적 없는 형제에게 있어서 소년은, 그 둘에게 주어진 유일한 말벗이자 전용 시종이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소유물이었기 때문에 그러했으며 그 소년도 자신들과 '똑같은' 노네임이었기에 더더욱 강한 소유욕을 보이게 되는 유일한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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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의 시간이 흐를동안 작은 소년은 저보다 두살 위인 형과 한살 아래인 동생 사이에 끼여 매일 형제의 방에서 형제와 함께 잠을 자고, 같은 밥을 먹고, 같이 공부를하고, 같이 놀고. 언제나 모든것을 함께해왔다. 얼핏 보면 삼형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붙어다녔고 그것은 주변에서 보기에도 언제까지고 변함이 없을 것만 같았었다. 그랬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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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하야토형, 유우,토군,나…이름,이…"
형인 하야토의 성인식이 얼마 남지 않았던 초봄. 영원할 것 같았던 세 사람사이에 자그마한 균열이 생겼다. 작은 소년, 오노다 사카미치가 태어난지 16년만에 갑자기 나타난 네임은 세 사람에게 놀라움이었고, 특히 오노다에게는 반쯤 두렵기까지 한 것이었으며, 두 형제에게는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남자아이치고 크지 않은 손, 왼손 검지손가락 위에 가지런하게 새겨진 글씨 - Shinkai -. 신카이. 두 형제의 집안의 이름, 두 형제의 성. 신카이 후작가의 누군가를 가르키는 오노다의 네임. 그것은 신카이가문의 그 누구라도 이름의 주인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으나, 그 때까지 신카이 후작가의 핏줄 중에서 오노다의 네임이 나타난 사람은 전혀 없었고, 네임의 주인을 찾지 못한 사람도 전혀 없었으며 하다못해 노네임인 사람도 자신들 형제뿐에 없었다. 다시말하자면 오노다의 손가락에 나타난 네임은, 두 형제중 누군가를 뜻하는 네임임에 틀림이 없단 소리이기도 했다. 보통은 풀네임, 혹은 성을 제외한 이름만이 나타나기 마련이건만 이렇게 성만 나타난 건 참으로 특이한케이스-10여년이 지나 뒤늦게 발현한 자체가 이미 특이한 케이스지만-여서, 그저 형제의 말벗이자 놀이상대였고 일개 시종이였던 오노다 사카미치가 후작가 안의 유명인사가 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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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의 발현 이후 형제는 한시도 오노다를 곁에서 떼어놓지 않게되었다. 겉치례적인 이유는, 후작가 적통의 네임을 가진 자를 없애면 안그래도 위태하던 하야토나 유우토의 입지가 더 흔들려서 그 자리를 빼앗을 수 있을거란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의 위험에서 지켜내기 위해서였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조금 더 자신의 것이란 소유욕이 강해진 탓도 있었다. 하야토인지, 유우토인지는 알 수 없으나 둘 중 누군가의 것임은 확실한 네임이 나타났으니, 자연히 더 남에게 보이려 하지 않게 됐음이라.
"신기하다. 예뻐요, 사카미치형."
"응, 예쁘다, 사카미치."
번갈아서 오노다의 손을 맞잡는 형제의 눈이 이채로운 빛을 띠었다. 성만 나타난 탓인지 하야토와의 접촉에도, 유우토와의 접촉에도 검지손가락의 네임은 새벽의 하늘마냥 고운 푸른빛을 띄는것이 아름다워 두 사람은 몇번이고 손을 맞 잡고, 손가락을 매만지고, 손 끝에 입을 맞추었다. 방 안에서 거희 나가지 못하게 된 오노다가 책을 읽거나 창 밖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어느샌가 둘 중 하나가 슬그머니 다가와 뒤에서 끌어안곤 했다. 그 때마다 일렁이는 푸른빛에 매료되기라도 한 듯, 두 사람의 시선은 언제까지고 오노다의 손가락에서 떠날 줄 몰라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불안함에 하야토는 유우토를, 유우토는 하야토를 경계했다. 어느순간엔가 나타는 뒷 이름이 자신의 것일지, 혹은 형제의 것일지 모르는 노릇이었기에. 단 한순간으로 오노다 사카미치는, 오로지 자신만의 소유가 아니게될 수 있기 때문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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