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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08 [푸른나래] Schrodinger whale, the after.
  2. 2016.06.22 [Feather Dielo] forㅡ.
  3. 2016.02.29 ㄴㄴㄴㅇㅇㄴ
  4. 2016.02.15 메리큐 후기!




[안녕히계세요. 나중에 놀러올게요.]


그것은 병원에서 보낸 6년간을 제외하고 태어나서 줄곧 의지하고 사랑해왔던 집을, 고아원을 떠나오며 마지막으로 적어낸 인삿말이었다.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아껴주고, 마지막까지 사랑과 기도를 보내주신 원장선생님과 어린 동생들을 뒤로하며 나래는, 조금 눈물이 날 것 같아 입술을 더 꾹 앙다물어야만 했다. 자살미수로 미뤄졌던 퇴원이후 두어달 남짓, 부모님과 마찬가지인 원장님을, 모든것을 거부한채 틀어박혀있던 시간 동안에도 꾸준히 저를 챙겨주셨던 그 마음이 너무나 감사하고 죄송해서, 기뻐서. 잊었다 생각했었던, 다시 떠오른 감정들이 울렁여서 이미 그 앞에서 한번 눈물을 보였음에도 또 새어나오는것을 고아원 모퉁이조차 보이지 않게 될 즈음에야 떨궈내고 말았다. 다시 하나하나 느껴지게 된 감정이라는 것은, 정말로 종잡을 수 없는것이어서-.


*


진정하라며 사다준 시원한 음료를 양 손가득 쥐고 빨대를 문 채,  그의 새하얀 머리카락을 물끄러미 보고만 있기를 한참. 길디 긴 정적의 끝에 퐁 하고 입에서 빨대를 떼어내는 것으로 공기가 흔들렸다. 테이블위에 올려놓았던 보드위로 움직이는 작은 손. 그것에 집중하는 보랏빛 시선.


[이제 괜찮아.]


짧은 말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사내는 안도하는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눈가가 발개진채로 물끄러미 저를 올려다보는 나래를 온화하게 마주 바라보며 사내도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럼 일어날까요? 오늘은 그만 쉬는게 좋을 것 같으니까."


나래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냥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일어나기 편하도록 의자를 잡아당겨주는 자세는 분명 누가 보아도 훌륭한 신사였다. 다 마시지 못한 음료를 그대로 손에 쥔 채 사내의 에스코트를 따라 -손은 잡지 못했지만, 그래도 얼추 모양새는 비슷하게 갖추었다.- 나래는 천천히 카페를 벗어났다.


노을이 내려앉는 골목골목을 지나 감귤색이 짙은 다홍색이 되었을 즈음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인가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 변두리의 집터. 번듯한 이층집에 마당이 넓게 딸린 훌륭한 주택이었다. 겨우 두 사람이 지내기엔 조금 과하게 넓고 비싸기까지 했지만,


"어때, 마음에 들어요?"

[응, 예뻐.]


인간들의 경제관념을 잘 알지 못하는 하나와, 오랫동안 병원에만 있어 세상물정에 둔해진 나래가 그 점을 깨달을 수 있을리 없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 이게 얼마나 과한 부자스러움인지 깨달은 나래가 이사하자고 실랑이를 벌이게 될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채 두 사람은 마당 안으로 발을 들였다. 깔끔한 하얀색 벽돌이 나래는 퍽 마음에 들었다. 내부도 무척이나 넓고 깨끗해서, 고아원 동생들이 다같이 지내도 될 것 같아, 그렇게 생각했다. 나래는, 2층의 전망좋은 방을 자신의 방으로 가지게 되었다. 늘 동생들과 부대껴자거나 병실에서만 지내던 나래에게 난생 처음 생긴 자신만의 방. 기쁜기색을 미처 감추지 못하는것이 오히려 하나를 더 기쁘게했다. 옆방은 하나의 방을, 1층의 빈 방은 서재를 하기로 하고도 2층에 손님방이 남을정도로 넓은 집, 너른 거실 카펫위에 나란히 엎드려 두 사람은 도란도란히 이야기했다.


[어차피 진도 따라가기 힘들테니까, 맛보기로 1년정도만 학교에 다녀보고싶어.]

"그래, 내일은 교복을 맞추러가요. 입고싶다고 했었죠?"

[여름에 바다에 가자. 여기선 고래로 변할 수 없으니까.]

"그러고보니 나래가 인어가 되는것도 볼 수 있겠네요. 분명 무척 예쁠거야."

[당번은 어떻게 정할까? 나, 요리는 다시 배워야겠지만 청소랑 빨래는 고아원에서 제일 잘 했으니까.]

"돌아가면서 하는걸로 해요. 칼하고 불 쓸때는 꼭 허락맡고 하는걸로. 위험하니까요."


어느덧 검보랏빛 짙은 어둠이 창밖에 내려앉았음도 눈치채지 못한채 거실 벽난로 불빛을 등불삼아 두 사람은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시작될, 새로운 이야기를 위해.


Posted by 쇼우소예 :


"미안해, 더 이상 너랑 내 관계를 연인으로 이어갈 수 없어."


어느날엔가 너는 말했다. 나는 무슨 웃기지도 않는 소리냐며 화를 냈었다. 그런, 제멋대로인, 그런 말이 어디있냐며 소리쳤었다. 항상 함께, 계속, 그럴거라고만 생각했던 사람이었는데. 포기하고싶지 않다고,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 첫 사람이었는데, 그랬는데. 네 말을 납득할 수 없다고 있는대로 고집을 부리며, 그렇게 성질을 내며 문을 박찼었다. 그것이, 꼬박 3일 전의 일이었다.


화실 앞까지 무작정 걸어갔었다. 화실 앞에서, 한참을 현관만 바라보다 등을 돌렸다. 다시 걷고, 또 걸어서 원래 살던 원룸으로 향했다. 방음이 잘 안되어서 기껏 마련한 재봉틀도 한번 켜지 못했던 작고 소박한 방. 어느샌가 거의 그의 집에서 지내게되어 머문 횟수가 줄어든 만큼 사람냄새가 사라진 저의 보금자리. 책상 한켠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이면지의 그림들에 시선이 닿았다. 그를 생각하며 조금씩 조금씩 만들었던 디자인 시안이 한장, 두장, 그렇게 얇은 노트로 엮을 수 있을만큼의 소박한 분량. 울컥 치밀어오르는 감정에 종이뭉치를 바닥으로 내던졌다. 흩어져가는 종이들을 하염없이 보아도 분노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실 길이 없어 흩뿌려진 종이들을 밟고 구기고 찢어버렸다. 그마만큼이나 나는 제 감정을 자제할 줄 모르는 덜 자란 어른이었다.


왜, 어째서, 도대체 왜!


아파트의 다른이들에게 항의를 받을 정도로 고성을 내지르고 낡은 철제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해도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 날은 그랬었다.



*



'미안해, 페더.'


네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꿈속에서의 목소리. 하루 전에 들은 말 한마디. 나는 또 내게 가당치 않고 맞지않는 행복을 잡으려 했던 걸까, 괜시리 눈물이 비져나왔다. 사실은 알고 있었으니까, 느끼고 있었고, 깨닫고 있었으니까. 그걸 납득하기 싫어 발버둥쳤던 하루전의 자신을 꾸중하듯 소리없는 울음이 흘러나왔다. 그래. 알게 모르게 조금씩, 아주아주 조금씩 그와의 사이에 균열이 있었음을 느끼고 있었어. 작업하느라고 바빠, 그렇게 구실좋은 핑계를 가지고 깨닫지 않으려고 했었어. 그가 말한 의미를 나는 분명하게 알아듣고 수용할 수 있었어. 단지 꼴같잖은 자존심, 그 잠깐의 달콤했던 시간을 놓고 싶지 않은 이기심이 더 컸던 것 뿐이야. 알고있어. 알고 있었다고. 전부. 납득하지 못한게 아니야. 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야.


그렇게 또 그 날 하루는 끝없는 자괴감과 자기회고에 젖어들어 물 먹은 솜처럼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지 않았고, 그럴 수 없었고, 그러지 못했다.



*



다시 눈을 떴을때, 나는 엉망이 된 방의 종이들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하나하나 파쇄기에 넣어버리며 정리했다. 정리하는게 맞는거야. 그것이 그에게도, 나에게도, 우리 서로에게 있어서 분명히 옳은 방향임을 머리로는 이해했으니까. 마음은, 아직도 소란스러웠지만 머리는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마음에 잠시 잠금쇠를 걸고 정리를 하자. 그렇게 다시 천천히 움직였다. 방에 남겨두었던 그에게 맞춰진 디자인들을 전부 지워버리고, 이틀전엔 미처 발을 들이지 못했던 화실로 향해 작업실에 둔 도구상자속 그림들 몇장도 솎아내어 나왔다. 이게 맞는 일이야. 이렇게 하는게, 옳은 일이야.


이번주까지의 그의 스케쥴을 알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가 없을 오후시간에 그의 집을 찾아갔다. 곤히 자고있던 크고 하얀 사모예드가 제게 달려들었다. 안녕, 별아. 제 주위를 돌아다니는 아이를 놔둔채 집 안 곳곳의 흔적을 치워갔다.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던 노트, 디자인을 궁리하던 노트와 필기구, 패션잡지 몇권. 원룸에서 가져왔던 옷가지 몇별과 간단한 생활용품. 캐리어에 차곡차곡 쌓아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주변을 배회하던 하얀 사모예드를 꾹 끌어안아주었다. 안녕, 안녕 별아. 잘 지내. 그 따뜻한 온기에 기대어 잠을 잤던 일은 결코 잊지 못할거야. 멍, 저를 부르는 소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이제는, 이제는 한 걸음만을 남긴채.



*


꼬박, 어제까지의 일을 되새겼다. 3일. 3일이었다. 납득하지 못하고, 납득하고, 정리하기까지. 아직도 잠가둔 마음의 틈에선 조금씩 물이 새어나왔지만 괜찮을 것이었다. 늘 그래왔듯, 몇번이고 그래왔듯 금방 말라버릴 것이었다. 그의 집 앞에서, 그를 불러냈다. 인사해야 할 시간이야, 페더 디엘로.



"미안해, 다짜고짜 성질을 내고 나가서."


"납득, 하니까. 이해하니까. 나도 느끼고 있었으니까."


"잘 있어, J. 마지막 인사를 하고싶었어. 제대로, 끝내기 위해서."



하지만, 너를 친구나 동업자로써 다시 볼 용기가 내게 있을지는 모르겠어. 그만큼 나는 너를.

단 한가지 아쉬운건, 너와 함께 내 고향인 스웨덴에 가지 못했다는 것 정도일까.

형에게, 내 가족에게 너를 소개하고 싶었어. 


끝까지 너에게 하지 않을 내 마지막 미련을 꼭꼭 잠그며 나는 너에게 안녕을 고해. 그리고 등을 돌려. 이걸로 끝이야. 너와 나는, 이게 끝이야. 어디선가 엇갈렸던 선은, 그렇게 다시 제 갈길을 향해 갈라지지. 


안녕, J. 

안녕, 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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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쇼우소예 :

ㄴㄴㄴㅇㅇㄴ

2016. 2. 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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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큐 후기!

2016. 2. 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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