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의 일정을 시작하기에는 조금 이른시간이었던데다가 드물게 다른 레귤러들이 늦은 상황이었다. 주이치는 고문선생님께 불려갔었고, 마나미는 보나마나 또 늦게올터였으며 이즈미다는 당번이랬고, 야스토모도 오늘 뭔가 사고를쳐서 화장실청소를 하고 온다 했었다. 진파치는 제 팬클럽 여자아이들과 수다를 떠느라 늦는것이 분명했다. 고로, 지금 하코네 로드부에 있는 레귤러는 신카이 저 뿐이었다. 다소 귀찮긴 했지만 뭔가 일이 있다면 레귤러인 저가 확인을 해야만했다. 레귤러일 뿐만 아니라 3학년이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락카룸을 나와 로드바이크를 세워놓은 밖으로 나가니, 대여섯명이 누군가를 향해 벽을치듯 둘러서 있는게 한 눈에 들어왔다. 그 틈새로 삐죽삐죽 보인 녹색과 노란색의 교복, 평균키의 남학생들에게 쉽게 가려지는 작은 키, 어렴풋 빛이 반사되는 안경알의 모양새에 신카이는 놀라운 감정을 숨기질 못했다.


"오노다 사카미치?"

"엣,아,그,아,시,신카이상!"


더듬거리는 말투였지만 그나마 아는 얼굴이어서인지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에 드러내는 모습이 어쩐지 귀엽다고 느껴졌다. 어릴때의 유우토도 저랬었는데-. 친동생의 얼굴을 살짝 겹쳐보다 둘러싼 이들 사이에서 아이를 꺼내주었다. 낯선 관심속에 위축되어있던 아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것을 보며 다른 녀석들을 트레이닝실로 돌려보내고 나니 그새 또 안절부절하며 이리저리 시선을 굴리는 토끼같은 모습을 하고있었다. 토끼… 우사킷치같네. 어쩐지 보는 사람을 온화하게 만드는 그런 아이라 생각했다. 인터하이때는 오래 마주할 일이 없었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었지만…


"…ㅈ,저…저기…"

"음? 아 그렇지. 하코네까지 오다니 무슨일일까나?"

"그,그게… 아라키타형이 불러서, 왔는,데… 여기서 기다리라고만 하고 답장이 없어서,요…"


아아, 야스토모였던가. 인터하이 3일째를 인연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 같더니 어느새 타교로 부를만큼 친해진걸까. 원래 친분이 있었던 듯한 마나미와는 묘하게 거리감이 생긴 것 같더니. 미묘하게 얽힌 관계선상을 떠올리다 또 다시 끙끙거리는 아이의 행동이 시야에 들락날락거려 생각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확실히 이대로 계속 세워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다른녀석들이 오려면 아직 좀 더 걸릴 것 같으니, 아예 '그 곳'에 대려가는게 좋을거란 생각에 오노다를 불렀다. 네, 넷?! 확연히 긴장한 모습에 왠지모를 씁쓸함을 뒤로하고 저를 따라오게끔 했다. 에, 엣, 물음표를 잔뜩 띄우면서도 쪼르르 쫓아오는 모양새가 병아리같아 조금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가 돌보는 아이야. 우사킷치라고 불러. 야스토모가 올 때까지 여기서 시간 좀 때우자고,오노다?"

"ㅇ,앗,네!"

"그렇게까지 기합이 들어가있을 필요 없는데 말야- 아, 사카미치라고 불러도 될까?"

"그,펴,편하신대로 불러주세요!"


뭐랄까, 우사킷치를 처음 봤을때를 떠올리게했다. 작고 작으면서 움찔움찔 떨어대던, 그러면서도 눈을 마주치면 또렷이 바라보던 그 때의 우사킷치를 닮아있었다. 사실 저는 인터하이에서 그와 안면을 트거나 할 일이 전혀없었다. 기억하는 것은 첫날 100명의 집단을 막 뚫고 들어왔을때와 둘째날에 진을 데리고 무리에 합류했던 것, 마지막으로 셋째날 산 입구에서 먼저 가버린 뒷모습과 시상대위에서의 환하게 웃던 얼굴이 전부였다. 음, 생각보다 많은건가? 의외로 제법 꼼꼼하게 머릿속에 새겨져있다는게 신기했다. 엄청난 루키였고 우승자였기에 인상에 남은거라고 하기에는, 왠지모르게 그를 엄청-주목하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져도 되는데. 물지않아. 안아볼래?"

"그,그래도 되나요…?!"

"물론. 자아~."


손가락으로 건드릴듯 말듯 우사킷치를 향해 손을 움찔거리는 모습에 웃음기를 띄우며 그에게 우사킷치를 안겨주었다. 조금 긴장해서 어정쩡하게 받아든다 싶더니 조금씩 자세를 고쳐가며 쓰다듬어주는 얼굴에 불그스름한 홍조가 피어올랐다. 봉숭아꽃물이 드는 것 처럼 사랑스러운 빛깔로 물들어 눈을 반짝이고 웃음짓는 얼굴이 정말로 예쁘다 생각했다. 인터하이 첫날은 100명이나 뚫고왔다는 1학년이 너무나 작고 왜소해서 놀라워했었다. 둘째날도 놀랐었지만, 묘하게 의지를 강하게 피우고 또렷하게 힘을 준 눈동자에 전날 진파치가 말했던 '안경군의 좋은눈' 이야기를 실감했었다. 셋째날, 산 밑에서 마지막 스프린트를 하고 나가떨어지던 제 앞에서 멀어져가던 작은 등이 어떠한 체격좋은 사람의 등판보다도 강해보였었다. 그렇게 묘하게만 보이던 타교의 루키가 시상대 위에서 해맑게 웃던 모습이 제법 뇌리에 강하게 박혔는지 지금 눈 앞에서 웃는 모습과 겹쳐보이고 있었다. 부정하기에는 너무나 깨끗하고 어여쁜 웃음이어서 왠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긴장을 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편하게 우사킷치와 노는 저런 어린아이같은 모습은 분명 누구라도 사랑스럽게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신카이상! 신카이상-!"


멀찍이서 들려오는 이즈미다의 목소리에 상념을 깨고 우사킷치를 우리에 내려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만 갈까? 다들 온 것 같으니까-. 네! 자신에 대한 긴장감도 다소 사라졌는지 아까보다 느슨해진 대답에 만족스럽게 웃으며 부실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떼었다. 이제는 뒤가 아닌 옆에 가까운 위치에서 우사킷치에 대한 이야기를 재잘거리는 모습에 우사킷치를 볼 때와 비슷하면서도 어딘지 다른 몽실거리는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몽실몽실, 몽글몽글하면서도 간질거리고, 초코바나나맛 파워바만큼 달고 고소한, 그런 무언가를.

돌아온 부실에는 마나미를 제외한 레귤러 전원이 모여있었다. 야스토모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며 쪼르르 다가가는 모습이, 방금까지 제 옆자리를 채우고 있던 몽실거림이 사라지는 것이 퍽 유쾌하지 않았다. 유스케군과의 연결고리덕인지 진파치와도 제법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즈미다와는 조금 어색한 인사를, 주이치와는 소호쿠 주장의 안부를 묻고 전하며 나름 긴장을 하지 않은 인사를 나누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내내 속에서 무언가가 자꾸 모양을 달리하며 감정의 보따리를 정신사납게 건드렸다. 괜시리 꺼내 배어문 초코바나나맛 파워바의 달고 고소한맛이 입 안에서 맴돌면서 무언가가 선명해져갔다.


"バキューン☆"


주이치와의 합의 끝에 하코네산 연습코스 한바퀴만으로 오늘 연습을 끝내기로 한 야스토모가 비앙키를 끌고 나서고 그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가는 사카미치의 등을 향해 자신의 익숙한 단골멘트를 손짓과 함께 쏘아보냈다. 나오지 말라며 사카미치를 향해 돌아서던 야스토모도, 부실안에 있던 진파치네들과 다른 부원들도, 막 들어서던 마나미까지도 전부 기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대부분의 놀란표정과, 소수의 놀람,그리고 라이벌의식이 깃든 표정이 전부 자신을 향해왔다. 그 와중에 전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사카미치만이 뒤숭숭해진 분위기에 안절부절해할 뿐이었다.







「생각보다 라이벌이 많긴 했지만-
하코네의 직선귀는 결코 지지 않을거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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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캐러 ts주의

*날조주의




존경했었다. 저보다 조금 더 작은키에 마른 팔다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인터하이의 우승을 따낸 사람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았었다. 직접 제 눈으로 그녀의 놀라운 주행을 봤음에도 그것이 너무 굉장한 주행이어서 제가 본게 진짜인가 의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저는 단 한번도 그녀를 -클라임에서-이길 수 없었고 매번 그 실력에 감탄하곤 했다. 그보다 더 훌륭했던건 그녀의 성품으로, 다소 소심하고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로드를 탈때만은 누구보다 열정적이게 빛났고 가장 예쁜웃음을 지어보였으며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친절하며 순수한 그 면면들에 그녀를 존경하게 되었었다. 그랬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 존경의 감정이, 아이돌을 동경하듯 바라보고 따르던 마음이 제 머리색처럼 불타오르는 감정으로 변질되버린 것은.


문득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그녀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어 주체할 수 없는 심장박동에 호흡이 힘들어질 정도가 되어있었다. 그녀가 저를 불러주고, 제 근처에 있을때마다 머리색마냥 붉어지려는 얼굴빛을 다잡으려 애먹기 일수였고 그 당차고 저돌적인 성격은 어딜가고 자꾸 수줍은 소녀마냥 변하려는 제 모습에 제동을 걸기에 바빴으며 그럼에도 그녀에게 열심히 호감의 표시를 하는것을 쉬지 않으려했다. 하지만, 일찍이 알아차려야 했었다. 제 마음이 변질된 순간 재빨리 눈치채야 했었다.


'네가 낄 자리 따위는 없어, 길길이.'


차갑게 내려앉은 시선이 저를 향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늘씬한키에 어디 하나 부족한 곳 없이 균형잡힌 몸매, 누가봐도 감탄할만한 미인형에 로드부 에이스인 실력자. 확실히 그 실력을 인정하고 존경하고는 있지만 저와는 물과 기름처럼 맞지않는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가지고있었다.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엔 어떤의미로는 동족혐오에 좀 더 가까운것이 아니었나 싶다. 같은 성별을 좋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이에대한 동족혐오.

언제나 그녀는 자신보다 한뼘이상 작은 동급생의 곁을 지키고있었다. 얼핏보기에는 다른 동급생 나루코까지 셋이서 사이좋게 다니는것으로만 보이겠지만, 조금 더 자세히 지켜보면 이마이즈미와 오노다 두 사람끼리만이 좀 더, 반드시라 할 정도로 붙어있거나 어울리는걸 어렵지않게 알 수 있었다. 처음엔 단순히 오노다의 취미를 함께해주는 사이라서 그런 줄 알았고, 다른이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터였다. 저 역시도 그런줄로만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진실로는.


"사카미치."

"엣, 응? 왜? 이마이ㅈ,"

"이름."

"아, 아 참! 익숙,해지지 않아서…헤헤. 응, 왜 슌쨩?"


노을이 짙게 내려앉은 저녁무렵, 연습을 끝내고 로드를 끌고가던 뒷문 언덕에서 보았다. 친근하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전에없던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두 사람을. 작은 소녀를 한없이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늘씬한 미인과 그런 그녀에게 수줍은 미소를 베어물고 마주선 작은 소녀를.


"그냥. …이리와봐."

"으응? 뭔데 그래-"


큰 눈망울을 깜빡거리며 쪼르르 다가온 오노다상의 키에 맞춰 이마이즈미가 허리를 숙이나 싶더니 곧 이어진 짧게 도장을 찍듯 맞닿았다 떨어지는 입맞춤과 함께 순간 숨이 멎을 뻔 했다. 정확히는 입맞춤을 시행한 직후 저와 마주친 새까만 눈동자에 짧은순간 심장이 멈췄었다. ㄷ,도햐앗?! 특유의 독특한 비명과 함께 귀끝까지 빨갛게 물들인 오노다상의 뒷모습에 사랑스럽단 기분과 함께 큰 좌절감이 밀려들었다. 정확하게 나를 보았던 검은 시선은 다시 사랑스럽단 빛을 눈동자 가득 담으며 동동거리는 오노다상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구나, 사키미치. 화를 내는 듯, 부끄러워하는 듯 어떠한 표현을 해대는 그녀를 솜씨좋게 달래어 다시금 서로의 로드를 끌고 가는 그 뒷모습을 나는 망연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검은 눈동자는, 또 다시 한번 나에게 선언하고있었다.


'네가 낄 자리 따위는 없어. 카부라기 잇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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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녀...아니 독소년인 흑자가 보고싶다 궁의 가장 낮은 후궁, 후궁대우조차 못받는 첩의 아이로 태어나 독소년으로 자라서 독소년으로서의 이용가치때문에 적통후계인 아카시의 밑에서 다른 키세키즈(귀족가후계들)과 동급으로 좋은 대우 받으면서 살아온거남들보기엔 (다른 거신..키세키들에  비교되서) 작고 하얗고 무예도 문예도 눈에띄게 출중하지 못한애라서 보통은 무시당하고 있는듯 없는듯 대우받음 종종 아카시의 명령으로 누군가 암살하는 일을 도맡아하고 몸이 그렇다보니 누굴 좋아할 수도 없어서 스스로 마음을 닫고 사는데 어느날엔가 신생국가인 세이린이 다른 동맹국 손을잡고 기세를 키워간다기에 하나뿐인 세이린의 제1왕자 카가미의 암살을 명령받아서 카가미에게 접근, 기회를 노리나 자꾸 타이밍 엇나가고 또 카가미의 다정한 모습들에 흔들려버린 흑자가 번뇌끝에 카가미 죽이는걸 포기하는데 아카시가 귀신같이 눈치채고 세이린을 밟으려 들어서 쿠로코가 목숨을 걸고 아카시와 입맞췄음 좋겠다. 사실 아카시는 쿠로코를 좋아하고 있었고 평생 받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입맞춤을 저를 죽이려는 의도로 해서 받게되서 애달픈 미소를 지으며 눈 감았으면 좋겠다. 아카시는 저지했지만 독소년인 자신은 카가미에게 입맞출수도 없을뿐더러 또 정치적인 의도로 이용당할게 뻔해서 아카시의 길동무가 되려하는데 카가미가 구해줘서 메데타시해라...ㅠㅠ

Posted by 쇼우소예 :